이베리아반도는 스페인의 뿌리이자, 고대 유럽 문명의 중요한 연결 지점입니다. 고대 스페인에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존재했으며, 이들 각각은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타르테소스 문명은 초기 국가 조직의 형태를 보여주며, 켈트족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철기 문화와 전사 중심의 사회를 형성했습니다. 누만시아는 로마 제국의 침략에 끝까지 저항한 대표적 도시국가로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베리아반도의 세 가지 대표 고대국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역사, 문화, 유산을 살펴봅니다.
타르테소스 문명 – 은의 왕국과 전설의 도시
타르테소스는 기원전 1000년경부터 이베리아반도 남서부, 오늘날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번성한 고대 문명입니다. 이 문명은 풍부한 은광과 구리 자원을 바탕으로 페니키아와 교류하며 막강한 부를 축적했으며,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황금의 도시’로 불렸습니다. 타르테소스는 스페인 최초의 문명으로 평가되며, 중앙집권적인 왕정체제, 독자적인 문자, 금속가공 기술 등을 갖춘 고도로 발달한 국가였습니다.
특히 ‘아르간토니오스 왕’은 80년 이상 통치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지도자였으며, 이 시기 타르테소스는 문명의 전성기를 누립니다. 그러나 기원전 6세기경부터 타르테소스는 급격히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그 이유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쟁, 자연재해, 정치적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타르테소스의 유적은 과달키비르 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고고학자들이 이 문명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발굴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문명은 오늘날 스페인의 문화적 뿌리 중 하나로, 독립성과 창조성을 상징하는 고대국가로 평가받습니다.
켈트족 – 북서부를 지배한 철기문화의 전사들
이베리아반도 북부와 서부 지역에는 기원전 800년경부터 켈트족이 정착하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였습니다. 이들은 브리튼섬, 갈리아 지역과 유사한 철기 문화를 공유했으며, 이베리아 토착민과의 혼혈로 ‘켈트이베리아인’이라는 고유의 집단이 등장하게 됩니다. 켈트족은 계곡과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부족 단위의 생활을 하며, 농업과 목축, 전사 중심의 사회를 유지했습니다.
이들의 거주지는 ‘카스트로(Castro)’라 불리는 언덕 요새로, 지금도 갈리시아와 아스투리아스 지역에서는 수많은 카스트로 유적이 확인됩니다. 켈트족은 사회적으로 남성 전사 계급이 지배적이었으며, 드루이드라는 사제계층과 함께 종교의식과 법을 유지했습니다. 이들의 신앙은 자연숭배와 다신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죽은 자를 위한 무덤 축조와 제의 의식도 발달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로마의 진출 이전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며 북서부 스페인의 지역 정체성을 확립했으며, 지금도 켈트적 전통은 갈리시아 지방의 민속음악과 문화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가이타(Gaita)라 불리는 켈트 전통의 백파이프 악기는 현재까지도 지역축제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누만시아 – 로마에 맞서 끝까지 저항한 도시국가
누만시아(Numancia)는 현재의 소리아(Soria) 지방에 위치한 고대 도시로, 기원전 2세기 로마의 침공에 끝까지 저항한 상징적인 도시국가입니다. 켈트이베리아인의 일파인 아레바크족이 세운 이 도시는, 로마제국의 확장 정책에 맞서 20년 가까이 지속적인 저항을 이어갔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기원전 133년,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가 이끄는 로마군에게 포위되어 8개월 동안 식량과 물 없이 고립된 상황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결국 시민들이 집단 자결을 선택한 비극적인 최후입니다. 누만시아는 로마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었지만, 그 정신은 스페인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누만시아의 유적은 지금도 관광객과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역사적 장소로 남아 있으며, 그곳에서는 당시 도시 구조, 방어벽, 주거지 등이 발굴되어 고대 도시국가의 실체를 보여줍니다. 누만시아는 단지 전쟁의 상징이 아니라, 공동체 중심의 자치와 저항, 자존심의 아이콘으로 스페인 역사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베리아반도의 고대국가들은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형성되기 전, 이 땅 위에 존재했던 독립적이고 다채로운 문명의 증거입니다. 타르테소스는 상업과 금속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켈트족은 독특한 전사 문화와 자치 구조를 형성했고, 누만시아는 불굴의 정신으로 로마에 대항한 영웅의 도시였습니다. 이들 국가의 역사는 지금도 스페인의 지역성과 민족정체성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고대국가의 유산을 더 알고 싶다면, 각 지역의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