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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으로 보는 고대 포르투갈 (유물, 유적지, 발굴사례)

by 만만선 2025. 7. 2.

고고학으로 보는 고대 포르투갈 관련 사진

포르투갈의 고대사는 수천 년간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서 펼쳐진 다양한 문명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 역사 속 이야기를 되살리는 열쇠는 바로 고고학이다. 유물과 유적, 그리고 수십 년간 이어진 발굴 사례들은 고대 포르투갈 사회의 삶과 문화, 외세와의 교류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본문에서는 고고학적 관점에서 본 포르투갈 고대사의 핵심 유물과 주요 유적지, 그리고 대표적인 발굴 사례들을 중심으로 고대 포르투갈의 정체성을 탐색해본다.

유물이 말하는 고대인의 삶

고대 포르투갈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히 보여주는 단서들이다. 루지타니족, 갈라에키족, 켈트족 등의 부족이 남긴 청동기 및 철기 시대 유물은 이들의 생활수준과 기술력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장식이 정교한 토기, 청동제 무기, 동물 모양의 조각상, 금은 장신구 등이 있다. 특히 루지타니족의 무덤에서 출토된 장신구는 단순히 미적 목적을 넘어서, 부족 간의 위계와 의례 문화를 반영한다. 이러한 유물들은 종교적 신념, 계급 체계, 생업 구조 등 다양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으며, 분석을 통해 당시 부족 사회의 내부 구조까지 유추할 수 있다. 또한 포르투갈 남부에서는 페니키아, 카르타고, 그리스 등의 외래 문명과의 교류 흔적도 유물로 남아 있다. 이들에서 유입된 양식의 도자기나 동전, 그리고 상업용 도구 등은 이 지역이 단순한 내륙 부족의 땅이 아니라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외래 유물은 포르투갈 고대 문화가 유럽과 지중해 세계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융합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이다. 결국 고고학 유물은 단지 전시관 속의 물건이 아니라, 고대 포르투갈인이 어떻게 살고 생각했는지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목소리다.

주요 유적지와 그 역사적 가치

포르투갈 전역에는 수많은 고대 유적지가 존재하며, 그 중 다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대표적인 유적지로는 시타니아 데 브리테이로스(Citânia de Briteiros), 코아 계곡 암각화(Côa Valley engravings), 그리고 콘임브리가(Conímbriga) 유적이 있다. 먼저, 시타니아 데 브리테이로스는 북부 포르투갈에 위치한 선사시대 요새 도시로, 갈라에키족이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원형 주거지, 방어 성벽, 고대 도로 등 당시 도시 구성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이곳의 바닥 난방시설은 유럽 고대문명 수준에서도 상당히 진보된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코아 계곡의 암각화는 구석기 시대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동물과 인간의 형상을 묘사한 그림들이 수천 점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종교적, 사회적 행위와 관련된 고대인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해당 유적은 선사시대 유럽 미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며,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 한편 콘임브리가는 로마 제국 시대의 대규모 도시 유적으로, 도로망, 수도 시스템, 모자이크로 장식된 주거지 등이 남아 있다. 이는 고대 포르투갈이 로마의 지배 아래 어떻게 도시화되었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당시 포르투갈이 단순한 식민지가 아닌, 로마 문명의 중요한 일부였음을 증명한다. 이처럼 고대 유적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사적 증거이며,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발굴사례로 보는 역사 해석의 변화

포르투갈에서 고고학적 발굴은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적 방식이 도입되면서 발굴은 더욱 체계화되었다. 초기에는 유물 수집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유물의 맥락(Context) 분석, 탄소 연대 측정, 디지털 지도화 등을 통해 고대 사회에 대한 해석의 폭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발굴 사례로는 1990년대 초 코아 계곡 암각화의 보존 운동과 함께 진행된 대규모 조사 작업이 있다. 이는 단순한 발견을 넘어서 문화유산 보존과 해석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계기였으며, 시민과 학계가 함께 참여한 새로운 유형의 발굴 모델로 평가받는다. 또 다른 중요한 사례는 콘임브리가에서 발견된 로마시대 상하수도 시스템이다. 발굴 초반에는 단순한 건축 구조로 보였지만, 정밀 조사를 통해 고도의 수리 설계가 밝혀졌고, 로마 기술의 우수성이 재조명되었다. 이를 통해 고대 포르투갈이 단지 주변 제국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문명 교류의 중심지였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포르투 지역 인근의 선사시대 묘지 발굴, 남부 해안의 항구 도시 유적 등 다양한 발굴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과거에 대한 단편적 기억이 아닌, 총체적 역사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창이다. 고고학은 고정된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발굴이 계속될수록 포르투갈 고대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더 깊어지고 정교해진다.

고대 포르투갈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들이 남긴 흔적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다. 유물과 유적, 발굴이라는 고고학의 3요소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삶을 생생히 되살려준다. 포르투갈을 방문하거나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고고학은 시간여행의 입구가 되어줄 것이다. 과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해서 새롭게 발견해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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